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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억지로 조기교육 시키면 좌뇌만 발달 … 사회성 떨어져     2010-12-08
[변기원의 밸런스 브레인] 억지로 조기교육 시키면 좌뇌만 발달 … 사회성 떨어져

영화 ‘레인맨’의 극중 인물 더스틴 호프먼은 돈에는 관심이 없고, 카지노의 카드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엄청난 능력과 재능을 발휘하지만 다른 일에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서번트 신드롬’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엔 이렇게 일찍 한글을 깨치거나 숫자에 밝은 아이들이 있어 부모의 기대를 부풀린다. 책에 몰입하고, 숫자와 기억력이 월등해 지하철역과 열차번호도 빠짐없이 외운다. 하지만 이런 영재가 반에서는 오히려 왕따를 당하고,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학교 가기를 꺼리다 보니 고학년이 될수록 심도 있는 학습에 흥미를 잃어 부모를 당황하게 한다.

 본원을 찾은 민철(10)이도 서번트 신드롬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 숫자와 지하철 노선 같은 반복적인 기억에 몰입했지만 또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우리의 뇌는 두 개의 반구로 이뤄져 뇌량을 통해 각 반구에 있는 정보를 교환한다. 서번트 신드롬은 좌우 뇌의 기능적 불균형이 극대화된 것을 말한다. 숫자와 지하철 노선 같은 반복적인 일에 몰입하다 보니 좌뇌의 기능은 100% 발달한 반면 우뇌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좌우 뇌의 불균형은 자아의식과 사회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사회성을 담당하는 전두엽·두정엽·전운동피질은 남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남의 아픔을 동정하고 배려하는 고등 인지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좌우 뇌 영역의 소통이 잘 안 되면 사회성이 저하됨은 물론 새로운 환경이나 자극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사 두려움과 초조함을 보인다. 이렇게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는 항상 반복되는 일을 고집하고, 어떤 일이든 항상 같은 방법으로, 일정한 시간에 해야 한다는 강박증상을 보인다.

 민철이를 치료할 당시만 해도 거부감이 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 “요즘 친구가 있니?”라고 묻자, “친구들이 이제는 내가 좋대요”라며 부끄럽게 대답한다. 이젠 상호작용이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법으로 7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모국어의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운동이나 예술활동같이 감각적인 자극과 부모와의 대화를 중시한다.

 학습을 강요하며 좌뇌 발달에만 편중하는 교육법에는 문제가 많다. 우뇌란 전체를 보는 능력이다. 조기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성을 발달시키 는 균형적인 뇌의 발달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밸런스브레인 변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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