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원한 40대 가정주부 박소은(가명)씨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긴 팔에 재킷까지 걸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덥지 않느냐는 물음에 추워서 내복까지 껴입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로, 스스로 느끼는 자각 증상과 실제 몸 상태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체질검사 결과 박씨는 소양인이었다. 소양인은 몸에 열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정반대의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었고 더 정밀한 검사를 한 결과 박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 실조증이었다.
자율신경 실조증은 복잡하고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료가 까다롭다. 박씨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깊게 잠들지 못해서 불면증이라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소화가 안 되고 답답함을 느끼는 일이 잦아져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요즘 가정, 직장, 인간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자율신경 실조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은 의외로 많다.
자율신경계란 맥박이나 체온, 혈압, 식욕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조절되는 신경계를 말한다.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뉘며 이들은 서로 길항작용을 한다. 자율신경계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조절되어야 하는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교감신경이 과하게 활성화되면 우리 몸을 긴장시켜 불면증이나 정서불안,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 우리 몸은 긴장하거나 화가 나면 혈관이 수축되면서 결국 말초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서 몸이 차가워지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저하되어 소화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면 대부분 각 증상에 맞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지만 검사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자율신경 실조증의 특징이다. 그 이유는 유기적인 인체 관계를 배제한 채 부분적인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피아노 건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조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것은 뇌다. 우리 뇌는 좌우뇌가 반구로 나뉘어져 있고, 칠감(七感)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받아들여 좌우뇌에서 통합 분석을 하고 지시를 내리게 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한 쪽 뇌에만 자극이 가게 되고 다른 쪽 뇌 기능은 저하돼 뇌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다. 뇌 불균형은 자율신경계의 교란을 불러오고, 여러 증상을 야기한다. 자율신경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살펴보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좌우 뇌의 불균형을 조절해주고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되도록 도와야 한다.
가벼운 자율신경 실조증은 생활습관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병을 미리 막는 것이다. 좌우뇌를 고루 쓰기 위해선 좌뇌를 자극하는 장시간의 TV 시청,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을 되도록 줄이고 우뇌를 자극시키고 기능을 올려줄 수 있는 대근육 운동이나 야외 활동을 즐기는 것이 좋다.
변기원 변한의원 대표원장
2014년 9월1일 기사입니다.
*기사출처: http://www.hankookilbo.com/v/a36001445b2d4db4a9bedf2619436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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