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내 좋은 균과 나쁜 균 비율, 85 대 15로 균형 이뤄야 건강
ADHDㆍ틱 증상 보인 어린이, 10명에 8명은 장이 안 좋아
평소 장에 문제 있는 사람이면 단 음식ㆍ유제품 삼가는 게 좋아변기원 변한의원 원장은 "장 내 좋은 균과 나쁜 균의 균형이 무너지면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며 "자율신경계실조증으로 인해 두통 불면증 등이 있다면 장을 꼭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변한의원 제공
장 기능 높이는 생활습관 -하루 1회 10~20분 정도 햇볕을 쬔다. -매일 20분 가량 숨차고 땀날 정도로 운동한다. -탄수화물과 과당 섭취를 줄인다. -채소를 하루 4가지 이상 먹는다. -물을 하루 5컵 이상 마신다.
우리 몸 장(腸) 속에는 모두 500여 종, 200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이들 세균에는 피비더스균, 유산균 같은 좋은 균도 있고 대장균 등 나쁜 균도 있다. 이들 세균은 갖가지 꽃이 꽃밭을 이룬 모양새라 ‘장내 세균총(bacterial flora)’이라 불린다. 만약 이들 세균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강력한 바이러스의 등장에 전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의학계는 본다.
변기원 변한의원 원장은 장내 세균총과 질병 발생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한의사다.내 세균총이 건강하고 세균총 내 좋은 균과 나쁜 균이 85대 15로 균형을 이뤄야 각종 질병의 발생을 막고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그는 본다. 변 원장은 “사람은 태어날 때 무균상태인데, 생후 24시간 안에 각종 미생물이 장내에 달라붙어 증식하면서 소화 면역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며 “몸이 건강한 집안과 골골대는 집안이 따로 있는 이유는 장내 세균총이 유전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음식물의 소화, 분해, 흡수를 담당하는 장은 인체 주요 면역기관이기도 하다. 면역세포의 70%가 장에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행복호르몬으로 분노 조절과 우울증 불면증 등 발병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대부분(95%)도 장에서 분비된다. 장이 ‘제2의 뇌’로 불리는 이유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음식물 속 필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는데, 장내 세균이 충분치 않을 경우 합성량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장에서 음식물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장 기능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면역반응에 따른 각종 면역질환이나 뇌신경계질환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변 원장은 설명한다.
장에 탈이 나면 발병할 수 있는 질병은 소화기질환(변비, 설사, 과민성대장증후군 등)과 알레르기면역질환(천식, 류마티스관절염 등), 뇌신경계질환(자율신경계실조증, 불면증, 어지럼증, 두통 등) 등으로 다양하다. 변 원장은 “어린이의 경우 비염, 아토피 중이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 많다”며 “ADHD, 틱 증상으로 한의원을 찾는 아이 10명 중 8명은 장이 안 좋았다”고 전한다. 장 상태와 면역질환 및 뇌질환 발병의 연관성은 발생학적으로도 설명되는데, 뇌와 장, 피부는 같은 외배엽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변 원장은 덧붙인다.
자율신경계실조증으로 인해 두통 어지럼증 등이 있고 병이 지속되는 경우 장을 꼭 살펴봐야 한다고 변 원장은 강조한다. 그는 “장이 튼튼해 음식이 에너지로 가는 사람과 장이 안 좋아 음식이 독소로 가는 사람이 사정이 크게 다르다”면서 “뇌로 가는 에너지가 적어지고 세로토닌이 잘 안 나오다 보니까 교감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자율신경계계실조증이 온다”고 설명한다. 자율신경계실조증에 따른 증상은 불면증, 두통, 어지럼, 열 오름에서 소화불량, 손발 차가움, 빈뇨 등으로 다양하다. 자율신경실조증 여부에 대한 검사(발살바)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을 경우는 한약(뇌호장탕) 치료를 하며, 이상이 있으면 운동 치료를 추가한다고 변 원장은 말한다. 한약은 장과 간에 이로운 약재인 엉겅퀴(대계)가 주성분이다.
평소 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유제품이나 단 음식(탄산음료, 과일)을 삼가는 것이 좋다. 우유에 든 카제인 단백질이 장벽을 뚫고 들어가 몸 곳곳에 만성염증을 부를 수 있어서다. 변 원장은 “장이 안 좋은 아이가 아침부터 우유를 먹으면 교감신경이 흥분돼 학교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산만하게 돌아다닌다”고 말한다. 단 음식 섭취는 장내 나쁜 균의 증식을 촉진, 장의 소화력을 떨어뜨리고 간의 과부하를 부르면서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2014년 7월28일 기사입니다.
*기사출처: http://www.hankookilbo.com/v/066a4656c80f4997987e759c2266d8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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