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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과민성 대장증후군, 장(腸)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4-12-30

[헬스 프리즘] 과민성 대장증후군, 장(腸)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내원한 김지원(19ㆍ가명)군은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재수를 결심했다. 재수를 선택한 김 군이 입시학원 보다 한의원을 먼저 찾은 이유는 바로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이었다. 김 군은 평소 긴장하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수능을 볼 때 갑자기 배가 아프고 금방이라도 설사가 나올 것같아 결국 시험을 망치게 되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복통 혹은 복부불쾌감, 배변 후 증상 완화, 배변 빈도 및 대변 형태 변화 등의 증상들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배변 횟수가 늘고 대변이 묽어지기도 하고, 경련성 복통, 복부 팽만감, 가스 배출 등이 자주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08년 약 149만 명에서 2012년 약 162만 명으로 4년 새 13만 명 증가했다. 이는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0명당 3명꼴로 과민성 대장증후군 진료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단순 소화불량이나 배탈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고통과 불편함 때문에 병원에 가지만 장기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대장 내시경이나 엑스선 검사를 하더라도 정상이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크고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장 건강이 좋지 않았다면 자녀 역시 장 건강이 좋지 않을 확률이 높다. 왜냐면 장내 세균총은 유전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 장(腸) 속에는 200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고, 이들 세균은 갖가지 꽃이 꽃밭을 이룬 모양새라 ‘장내 세균총(bacterial flora)’이라 불린다. 피비더스균, 유산균 같은 좋은 균도 있고 대장균 등 나쁜 균도 있는데, 좋은 균과 나쁜 균이 85대 15로 균형을 이뤄야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평소 장이 안 좋은 사람은 식이 조절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밀가루, 유제품, 단 음식 등은 소화과정에서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장의 연동운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장속 나쁜 균의 먹이가 돼서 장 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외부의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변비,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나게 된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질과 나타나는 증상을 면밀히 파악해야한다. 체질진단, 장 민감도 검사, 평소 환자의 생활습관과 장 건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설문 등을 진행해서 증상의 원인을 찾는다. 이후 장내 환경 개선을 위해 독소물질과 염증반응을 제거하고 좋은 균의 수를 늘려 장 내 환경을 안정화시켜 장의 기본 기능을 올려준다. 이어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조절 능력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우리 몸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뉘며 이들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는데 자율신경계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조절되어야 하는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서 소화기관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유기적이라 부분적인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예를 들면 피아노의 소리가 이상할 때 피아노 건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조율의 문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한 가지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그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면밀히 살피고 하나하나 해결해야만 된다.

변기원 변한의원 대표원장

 

 

2014년 12월29일 기사입니다.
*기사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1b09d392b1fb47bfa99235ef55841c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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