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은 장에서 비롯된다
2015-06-29
어떤 대상이 가진 성질이 애매해 명확한 차이를 구분 짓기 어려울 때 ‘이거나 저거나 마찬가지’라며 에둘러 넘겨버리는 일은 흔하다. 심지어 자가면역질환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에서 ‘이거나 저거나 그게 그거’라는 식의 시선을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뭐가 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쨌든 ‘면역력’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고 몸이 힘든 것은 매한가지니 아무려면 어떠랴 하는 생각일 수 있다. 그러나 질환의 출발점(원인)을 올바로 찾지 못하면 길고 복잡한 미로를 헤매기만 할 뿐 도착점(완치)에 이르지 못해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
몸 안에 병원균이나 독소 등의 항원이 인체를 공격할 때, 이에 저항하는 능력이 면역력이다. 이런 기본 상식에 의지해 ‘질병 = 면역력 저하’를 떠올리는데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반응의 과잉 상태를 말하는 것이므로 면역력 저하와 동일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계절불문 잦은 감기에 걸리고 한 번 걸리면 증상이 심하고 잘 낫지도 않는다. 역류성식도염과 위장장애를 자주 겪고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부종도 잘 생기며 배변활동에 어려울 겪는 경우도 많다. 뇌의 지배를 받는 자율신경계의 교란으로 인하여 교감신경이 흥분이 될 때 불안 초조 불면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부교감신경 기능은 떨어져서 손발이 차고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손에 땀이 많이 나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면역세포 반응이 병원균이나 독소 등 유해물질을 공격하는 것 외에 인체 조직을 공격할만큼 과활성화 되면 우리 몸에는 염증 반응이 심해지고 염증반응이 어느 부위에 생기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된다. 생리통, 갑상선 기능 저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새는 장 증후군, 괴양성 대장염, 류마티스 관절염, 백선, 백납, 암은 물론 만성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 병’ 등이 자가면역질환으로 나타나는 질환에 해당한다.
면역력은 뇌의 지배를 받는다. 우뇌는 면역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좌뇌는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기능을 하게 되는데 좌우뇌의 기능이 불균형해지면 면역계의 오류가 생겨 면역이 떨어지거나 자가면역질환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뇌에 앞서 살펴봐야 할 곳이 있다. 음식의 소화 흡수가 일어나는 소장이다. 소장은 점막세포가 한 겹으로 돼있어서 외부 유해 물질에 취약한데, 장내 유해균 비율이 높으면 소장 점막에 틈이 생긴다. 이것을 새는 장 증후군이라고 한다. 점막에 틈이 생기면 바이러스나 독소뿐 아니라 작게 분해되지 못하고 분자량이 큰 물질들까지 침입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유의 카제인과 밀가루 글루텐이다. 면역세포들은 정상치보다 분자량이 큰 이 물질들을 항원으로 오인해서 공격하여 면역력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
즉, 장의 환경이 좋아야 면역세포 생성이 제대로 이뤄질 뿐 아니라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가동시킬 수 있으므로 장과 면역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기본은 건강한 식습관이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이상적인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인 85:15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독소’가 아닌 ‘영양분’으로 인식하여 면역력 강화와 정상 작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글 =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 (한의사)>
하이닥 원문보기: http://www.hidoc.co.kr/news/interviewncolumn/item/C0000103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