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우유가 필수? 건강한 편식이 아이를 키운다
2015-08-17
미국 듀크대 의학센터 연구팀이 편식하는 아이는 정서적 위축을 보이거나 주의력결핍장애(ADHD)같은 뇌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창 발달이 이뤄질 시기에 편식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편식이 가져오는 문제들은 알려질 만큼 알려진 지금도 이렇듯 화두로 떠오르기 일쑤인데 정작 아이에게 먹이지 말아야 할 음식과 그에 따르는 위험성은 많이 언급되지 않는다. 무분별한 음식 섭취로 인해 각종 질환에 고통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필자의 진료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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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자는 이제 막 10개월 된 아이였다. 잘 놀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가 얼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움직였다가 또 멈추는 증상을 하루 10회 이상 반복했는데 병원에서는 뇌전증이 의심되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받은 상황이었다.
갓난아이 때부터 유난히 울음이 많았다는 얘기를 듣고 유당불내증을 확인하기 위해 장 민감도 검사를 했다. 유당분해효소가 없는 아이가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지 않더라도 복통을 일으키기 때문에 우는 경우가 많다. 우유를 먹이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는 유당불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역시 장이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서 아이의 식단을 확인했다. 이유식을 막 시작했지만, 우유가 주식이었고 수시로 수박물, 현미 뻥튀기 등을 간식으로 먹이고 있었다.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유당불내증을 가진 아이에게 우유는 장내 염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유당불내증이 있으면 글루텐불내증이 동반되기 마련인지라 현미 과자까지 먹으면 장 점막 손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장내 유해균의 먹이가 되는 수박의 당분까지 먹었으니 아이가 먹는 음식 족족 해가 된 셈이다.
장점막이 손상되면 장과 같은 외배엽에서 분화하여 발달하는 뇌 보호막(B.B.B)도 뚫린다. 독소로 변환된 카제인, 글루텐 분자는 혈관을 타고 뇌 보호막 틈으로 침투하는데, 뇌의 어느 부위에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ADHD, 틱, 자폐스펙트럼장애, 사경, 진전 등 다양한 뇌 질환이 발생한다.
이날 진료한 10개월 된 아이는 유당 없는 특수 분유를 처방하고 수박물, 현미 과자를 끊게 했다. 음식을 끊은 다음 날부터 아이의 뇌전증 증상이 하루 10회 이상에서 1회가량으로 줄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로도 활동량과 자극에 대한 반응도가 호전을 보였고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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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많은 우유, 영양 많은 제철 과일, 식이섬유 많은 현미. 알려진 정보대로라면 아이에게 먹인 음식 중에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매일 아이에게 먹였던 음식을 바꿔 먹인 것만으로 아이의 이상 증상은 사라졌다. 음식 자체에 든 성분이 아니라 음식과 장 대사 과정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흔히 가리는 음식 없이 고루 먹어야 건강하다고 가르치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건강한 편식이다. 인스턴트냐 자연식이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아이가 영양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독성으로 받아들이는 성분을 가려 먹일 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글 =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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