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부족과 위산과다 무엇이 문제인가?
2016-06-07
장 질환이나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다 보니 식습관에 대한 고민과 연구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나 현대의학적 관점에서나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만성 위장장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필자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는 위장질환의 주범인 ‘먹거리’와 ‘스트레스’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스트레스 지수와 함께 ‘식욕’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수와 상대해야 하는 신세다. 그렇지 않아도 달고 짜고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스트레스성 식욕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식욕을 발동시킨다.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 행동은 습관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면 불안과 초조함에 덧붙여 식욕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많이 먹고 자주 먹다 보면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해 공포를 느끼거나 살이 찔까 봐 먹었던 음식을 억지로 토해내는 일도 생긴다. 폭식증과 거식증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한번 식이장애의 길로 들어서면 위장장애 환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환자들에게서는 위산과다 증상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에 비등하게 위산부족, 즉 저산증을 겪는 환자들도 많다. 보통은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도 먹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제산제를 복용한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본 후 제산제를 계속 복용하다 보면 위에서 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위산 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산이 조금 부족하다고 별문제가 있겠나 싶겠지만, 저산증이 심해지면 가스나 트림을 달고 사는 것은 물론 폭풍 설사의 고통을 겪게 된다. 나는 이런 환자를 만날 때마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에 종사하지는 않는지, 스트레스성 폭식을 반복하지는 않는지 자세히 체크한다.
환자가 저산증으로 판단될 경우 내 처방은 약에 앞서 적극적으로 천연 발효 식품을 찾아 섭취하라는 쪽으로 귀결되는 편이다. 김치는 물론 식초나 된장, 청국장 등은 그 스스로가 체내에서 살균 작용을 하고 독소를 제거한다. 그야말로 유산균과 효소의 보고(寶庫)다.
특히 잘 만든 한국의 전통 천연발효 식초는 하루 두 숟갈씩 섭취하거나 물에 타서 마시기만 해도 속을 진정시키고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천연식초는 그야말로 자연의 완성품으로, 발효에 필요한 좋은 물과 좋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길일을 택해서 식초를 만들고 식초 항아리를 아기처럼 품어 안고 흔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식초를 만드는 과정에서나 발효온도를 맞추는 데도 생명을 대하듯 할 만큼 식초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식초는 갑자기 졸도하는 졸심통, 피의 순환이 잘 안 되는 혈기통, 현기증이나 어지러움에 좋다고 되어 있다. 물과 누룩과 바람이 만나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유산균이 살아 있는 천연발효식품으로 탄생하니 명약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글 =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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