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에 혈변 보는 궤양성대장염이 자가면역질환?
2016-12-22
두 달 전, 한눈에도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20대 중반 남성이 내원했다. 그 청년은 큰 병원에서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받아왔는데 차도가 없어 한의원을 찾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날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4.5까지 떨어져 응급실에서 수혈까지 받은 직후였다. 건강한 남성에게서 기대되는 정상수치의 1/3 수준으로 떨어진 극심한 빈혈 상태였다.
이 날 내원했던 남성은 원래 과도하게 긴장하면 배가 아픈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스트레스 탓이려니 하며 몇 주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혈변과 빈혈이 심해져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에 이르렀고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대장에서 출혈이 발생할 정도의 궤양성 대장염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것으로 알려져 있던 궤양성 대장염은 최근 연구들에 의해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궤양성대장염으로 일반 병원 치료를 받게 되면 5-ASA제제,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까지 처방받기도 한다. 조기에 식습관을 바꾸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궤양성대장염은 난치성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을 만큼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는 반복하며 재발률이 높다. 약물 치료로 증상을 억제하거나 상처를 치료할 수는 있지만 발병 원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발하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궤양성대장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가면역질환을 먼저 이해해야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내 몸의 항체가 자신의 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병이다. 내가 섭취한 음식이 영양분으로 흡수되거나 변으로 배출되지 않고 독소로 작용해 내 몸을 공격하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병’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식이요법이 필수적이다. 단 음식, 단맛이 많은 과일, 유제품, 밀가루를 끊는 것만으로도 빠른 호전반응을 볼 수 있다. 지난해 방영된 이후 큰 반향을 일으켰던 SBS스페셜 <식탁에 콜레스테롤을 허하라>에서 미스코리아 출신 금나나 영양학 박사가 강조했던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다시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궤양성대장염으로 내원했던 그 청년 역시 밀가루 비율이 높은 패스트푸드와 단순당을 많이 섭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건강한 사람의 소장에는 음식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85:15의 비율로 존재한다. 그런데 단맛이 강한 음식, 즉 단순당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장내 유해균이 증식하면서 장벽에 붙어 있는 융모가 죽어서 장벽이 느슨해진다. 장벽이 느슨해지면 음식물 중에서 카제인이나 글루텐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지 못하고 혈관을 타고 들어가게 된다. 우리 몸은 이것들을 독소로 인식해서 공격하게 되고 결국 내가 영양이 되기 위해 먹은 음식이 나를 공격하는 결과를 낳는다.
필자는 두 달간 철저한 GFCF(Gluten Free, Casien Free) 식이요법과 장내세균총을 회복시키는 한약 치료를 통해 원인을 제거하면서 병의 원인을 다스리기를 권고했다. 처방을 잘 지킨 청년의 현재 헤모글로빈 수치는 정상치인 13으로 진입했고 복통과 설사, 혈변 증상은 사라졌다. 질병의 원인도 해결도 결국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변기원 원장 (한의사)>
원문 ▶ http://www.hidoc.co.kr/news/interviewncolumn/item/C0000183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