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분석 민간에 빠르게 확대, 일반인도 가능한 시대 열려
2017-03-28
유익균과 유해균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면서 일반인들도 손쉽게 본인의 장 내 세균 상태를 점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위내시경이나 장내시경 만큼 간단하게 검사를 의뢰하고 체내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한국의과학연구원은 극미량의 분변 샘플만으로 유전자를 분석해 인체의 장에 서식하는 유익균, 유해균, 중간균의 숫자와 비율은 물론 비만균과 정상균의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내 미생물 상태를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각종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는 장 내 세균을 분석하기 위해 균주를 배양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해 정량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다는 문제점과 함께 분석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진행하는 분자생물학적 분석법은 DNA를 추출해 정확한 균의 수를 단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의 협력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의원들을 통해 손쉽게 유전자 분석을 의뢰하고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의과학연구원은 지난달 방송된 '생로병사의 비밀' 609회 <화장실의 고통, 과민성 장증후군> 편을 통해 실제 장 질환을 겪고 있는 피실험자들의 장내 세균을 분석하고 유인균을 2주간 섭취시켜 장내세균총 균형을 바로잡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만성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과같은 장질환 환자들은 물론 아토피, 류마티스 관절염, 1형 당뇨병으로 대표되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은 특히 장 속에 유해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유해균은 장 내에 서식하는 100조개의 세균 중 15% 이상을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체내 세균의 비율은 유익균 25%, 유해균 15%, 중간균 6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중 가장 비율이 높은 '중간균'은 다수를 차지하는 세균 쪽의 성질로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특히 중요하다. 유해균이 유익균 비율을 넘어서면 중간균의 성질이 유해균으로 바뀌면서 장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장 질환을 겪는 환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8년 149만 명이었던 장누수증후군 환자가 7년 사이에 6만 명 증가한 155만 명으로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변비 질환 병원 내원자 수 또한 7년만에 30% 비율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변비 관련 국내 진료비 규모만 394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장 질환을 방치했을 때 각종 면역질환이나 뇌 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장은 인체에서 가장 큰 면역기관이다. 또한 우리 몸에 들어오는 각종 음식물들이 체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화 및 분해를 돕는 에너지 전환장치의 역할도 하고 있다. 장 건강이 무너지면 인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특히 장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뇌가 직격탄을 입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내시경이나 장내시경을 통해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거나 장질환이 악화된 상태에 다다라서야 병원을 찾는다. 이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증상이 발현된 경우라면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수준의 노력과 시간,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과학연구원과 공동연구 협력 중인 변기원 한의학 박사는 "심각한 질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본인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내 세균 분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손쉽게 첨단 의료 과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7. 03. 24] 원문보기 http://www.acrofan.com/ko-kr/detail.php?number=38564&thread=AA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