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혈 없애고 열 내리는 한약재, 생지황 효능
2017-09-19
현삼과의 뿌리 식물인 ‘지황(地黃)’은 체질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로 효능이 뛰어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각종 한약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보통 날 것 그대로 사용하는 생지황, 건조해서 사용하는 건지황, 아홉 번 쪄낸 후에 건조하는 숙지황 세 가지 형태로 유통된다.
그 중 특히 갓 생산된 국내산 생지황은 과육이 싱싱하고 즙이 풍부해서 열을 내리는 수승화강(水昇火降) 기능의 보약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예부터 가을에 수확된 생지황이 경옥고(瓊玉膏)의 주재료로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옥고는 중추신경계를 보호하고 피로에 대한 저항성과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GABA(gamma-aminobutyric acid), 아스파르트산(aspartic acid) 등 각종 유리 아미노산(free amino acid)을 함유하고 있는 전통 보약이다. 경옥고를 만들 때도 생지황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즙이 가득하고 신선한 생지황은 특유의 쓴맛과 단맛을 동시에 낸다. 찬 성질을 통해 열을 내리고 진액을 생성함으로써 어혈을 없애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 감소, 면역 증강, 혈당 조절, 항암, 항궤양, 항균, 항염증, 항산화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시토스테롤(beta-sitosterol), 역시 항암효과가 있는 스티그마스테롤(stigmasterol) 등을 함유하고 있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혹은 과로와 같은 물리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체내에는 열이 쌓이거나 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정체 현상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부종이나 손발저림, 소화불량 등 가볍게 여길 만한 증상들로 시작해서 신장 기능 저하, 자유 신경 이상, 혈관 질환 등으로 발전하기 쉽다.
생지황은 이와 같이 열과 혈을 다스려야 하는 질병에 두루 사용된다. 요즘 현대인들에게서 수시로 발현되는 화병이나, 우울증, 갱년기, 공황 장애 등의 질환에도 마찬가지로 사용될 수 있다. 음과 혈을 보해서 노인이나 소아, 어린이들의 체력을 보강하기에도 적합하다. 이 밖에도 생지황에는 소염과 해열, 항균 효과가 있어 각종 한약 처방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변기원 한의학 박사는 “생지황이 주로 열이 많은 소양인들에게 처방된다고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모든 체질의 환자들에게 두루 사용된다”며 “평소에는 몸이 찬 소음인들도 외부 스트레스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열을 발산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지황은 임상 실험에서도 백복령, 백작약, 오미자 등과 함께 노화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현대에 와서도 뺴놓을 수 없는 귀중한 약재”라고 덧붙였다.